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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증서(移名證書) 발행의 의미교회와 설교 2022. 10. 5. 22:14
<도르트 교회 질서> 82항 과 83항의 의미
<도르트 교회 질서> 82항은 교인들의 이명(移名) 때의 절차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회중으로부터 나가는 [즉, 다른 공동체로 가는] 사람들에게는 “퇴거 증명서”(또는 “이명증서”)(a Certificate of Dismission) 또는 “그들의 생활에 대한 증서”(a testimony regarding their conversation)가 당회의 판단에 의해 주어져야 한다. 이 증서에는 교회의 직인(the seal of the Church)이 있든지, 아니면 (당회에 속한) 두 사람의 싸인이 있어야만 한다.
따라서 이명은 당회의 허락 하에서 온 교회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당회가 주관하는 것임이 명시되어 있다. 후에 설명하겠지만, 개인이 자유롭게 교회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주목하라. 또한 <도르트 교회 질서> 83항은 가난한 교인들의 이명(移名) 과 관련하여 다음 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이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이명할 때, 그 이명증서 뒷면에 그들이 가고자 하는 곳과 그들이 받은 도움에 대해서 기록하도록 하면 집사들의 판단에 의해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여기를 떠나 어디로 가고자 하는 지와 그들이 받은 경제적 도움에 대한 내용을 밝히고서 이명증서를 받도록 했으니, 가난한 사람들이 그저 가난 때문에 떠돌지 않도록 한 것이다. 그리하여 이명은 당회와 집사님들의 일이 관여되는 교회의 일이라는 것이 명시되었다.
17세기 화란 교회에서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고 모든 건전한 교회에서는 이와 유사한 형식으로 교회 안에서의 이동에 대한 문제를 다루었다. 과거 교회는 이런 규정을 왜 했는지, 즉 이렇게 퇴거증명서, 즉 이명증서를 발행하는 일이 가진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이명증서 또는 퇴거 증서의 의미
이명증서의 발행은 교회 공동체들이 형편상 따로 떨어져 있어 다양하게 있지만 결국 이 모든 교회 공동체들이 다 합하여 “하나의 교회 공동체”를 이루는 것임을 의미한다. 각 지역에 있는 각각의 회중(congregation)이 공간상 거리의 이유로 비록 따로 따로 있으나 사실은 “하나의 교회 공동체”이고, (따라서 여러 교회들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결국 그 각각의 교회 공동체들이 각기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다 합하여 “하나의 교회 공동체”라는 것을 뜻한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이단 단체들은 그들이 교회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도 이 하나의 교회 공동체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성경이 말하는 바른 가르침을 믿고 고백하는 교회 공동체들이 이 하나의 교회 공동체에 속하는 것이다. 또한 모든 다 개혁파 교회였던 17세기 회란에서는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각기 다른 교단에 속한 교회들이 있는 경우에도 원칙상 이 원리가 적용된다고 해야 한다. 여기서도 그 각 교단들이 성경의 가르침에 충실한 것과 그와 관련된 회중들이 그런 가르침에 충실하려고 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오늘날과 같이 다양한 교단들이 한 나라 안에 있는 경우에 각각의 교단들이 과연 여기서 말하는 하나의 교회에 속한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각 교단이 정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이 아주 복잡한 문제이다. 오늘날과 같이 상당히 정치적 이해를 가지고 이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최소한으로 말해서, (1) 사도신경의 모든 항목을 성경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2) 이신칭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3) 성경을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는 교단들은 다 이 하나의 교회 공동체에 있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큰 원칙에 따라서, 즉 여러 교회 공동체에 속해 있는 우리들 모두가 결과적으로 다 “한 교회 공동체”에 있다는 것에 근거하여 어떤 구체적인 교회 공동체(이를 “개체 교회”라고 표현하는 경우들도 있다)로부터 퇴거(remove)하여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경우에는 (1) 반드시 그와 관련된 그곳의 다른 구체적인 교회 공동체에 속하여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2) 이 때 이전 교회 공동체에서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였는지를 밝혀서 계속성 있게 지도를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3) 그 일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혹시 생활이 아주 어려운 사람들은 교회의 지지를 받으며 이 문제에 대한 교회 도움의 연속성도 분명히 드러나야 하나는 것을 말해 준다. 이 세 가지가 다 중요하다. 그래서 이를 하나하나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
첫째로, 모든 진정한 신자는 항상 어떤 구체적인 교회 공동체에 속해서 각자가 지체 역할을 하며 그 교회 공동체가 성경이 말하는 교회의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도록 힘써야 한다. 이것이 가장 정상적인 사람의 모습이다. 그러므로 가장 정상적인 경우에는 성도는 하나의 교회 공동체 안에서 나고 그 공동체 안에서 죽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저런 사정으로 구체적인 교회 공동체에서 피치 못하게 나오게 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다른 지역의 구체적인 교회 공동체에 속하여야 한다. 성경을 따르는 건전한 교회 규칙에 의하면, 그 어떤 교회 공동체에도 속하지 않은 신자가 되는 일은 사실상 불법이다. 그러므로 오늘 날 유행하는 이상한 말인 “가나안 성도”라는 말을 어불성설이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들은 반드시 교회 안에서 교회와 함께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다.
따라서, 둘째로, 한 구체적 교회 공동체에서 나오는 경우에는 그 교회 공동체로부터 퇴거증명서(a Certificate of Dismission), 더 좋은 표현으로 “이명증서”를 받아 새로 속하게 되는 구제적인 교회 공동체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는 이 두 교회가 사실은 같은 교회라는 것을 드러내는 일이다. 마치 주민등록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에서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경우에 퇴거를 하고 새로운 지역에 와서 생활한다고 신고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한 나라 안에서 단지 거주지만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현행법으로는 다 하게 되어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이런 주민 등록 제도는 필수적으로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나의 구제적인 교회 공동체에서 다른 교회 공동체로의 이동은 그냥 자유롭게 하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이와 같이 이명증서를 동반한 이동이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거의 이와 같이 하지 않고, 이런 것이 필요한지를 묻는 일이 다반사다. 그만큼 우리는 교회 가입 문제에 있어서 거의 자유사상가적이고, 개인의 의지에 따라서 가입할지 말지의 자유를 가진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성경의 정신을 잘 반영하는 건전한 교회 법규에 의하면 한 지역의 교회에서 다른 지역의 교회 공동체로 옮길 때에는 반드시 이명증서를 가지고 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 때 그 이명증서에는 그들의 삶에 대한 증언이 있게 된다. 그래서 이를 “그들의 언행, 즉 삶에 대한 증언”(a testimony regarding their conversation)이라고도 표현하고 있다. 이전 교회에서 지도받던 바에 근거해서 계속해서 지도받도록 하는 것이다. 비록 장소는 옮겨졌지만, 결과적으로 한 교회 안에 있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대로 신앙생활을 하던 사람이 이사 등을 이유로 다른 지역의 교회 공동체로 옮길 경우에는 이전 교회에서 신앙생활하던 그 모습이 잘 전달되어 더욱 열심히 교회를 세우는 일을 감당하도록 권고받게 될 것이다. 혹 부족한 모습이 있었으면 그것도 잘 전달되어 그들을 받는 교회가 잘 지도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것이다.
따라서 어떤 시벌 상황 속에 있는 성도들은 이명을 하지 못하고 당해 교회 공동체로부터 해벌을 받은 후에라야 이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하여 교회가 하나님을 잘 드러내도록 하기 위해 이에 대한 규정도 마련한 것이다.
셋째로, 가난한 사람들이 이명을 하는 경우에는 집사님들의 판단과 노력으로 그들에게 필요한 경제적 지지를 하면서 퇴거증명서, 즉 이명서를 주도록 하였는데, 이 때에는 그 이명서에(당대의 표현으로는 그 이명서 뒷면에) 그들이 받은 경제적 지지를 밝히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교회 공동체가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또 새로운 교회 공동체의 집사님들의 노력으로 이 가난한 분들을 도울 때에 이전 교회에서의 도움과의 연속선상에서 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명서를 주고받는 일은 매우 현실적이며 실제적인 면까지를 염두에 둔 매우 실천적인 조치로서, 결국 교회가 하나라는 것을 잘 드러내는 방식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명증서가 없어진, 또는 거의 있지 않은 오늘날 한국교회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결과적으로는 이명증서 발행을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그저 이명증서를 도입하자는 캠페인만 한다면 그것은 무의미하다. 과거 교회가 왜 이를 강조했는지를 잘 살피면서 오늘의 한국의 모든 교회들의 지체들에게 그 정신을 잘 가르쳐야 한다. 이런 구체적인 교육이 선결되지 않으면 우리의 구호는 그저 허공을 울리는 울림이 되어 사라지고 만다. 성경적 정신을 가르쳐서 (1) 온 세상의 바른 교회들은 결국 다 하나의 교회라는 것, 그러나 (2) 진정한 성도는 그 중 구체적인 한 교회의 지체 역할을 제대로 하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3) 피치 못한 여러 사정으로 교회 공동체를 옮길 때에는 반드시 교회의 판단에 따라서 이명증서를 받아 이명해야 한다는 것을 잘 의식하도록 해야 한다. 개인이 자신의 뜻대로 판단하는 것이 너무 익숙해진 이 상황에서는 우리의 생각들이 진정 포기 되고, 진정한 교회의 지체 의식이 회복되어야만 한다. 가장 정상적인 경우는 자신의 신앙생활을 시작한 그 교회 공동체 안에서 평생 살다가 그 교회 교인으로 죽는 것이다. 우리들 모두에게 모교회(母敎會) 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사 등의 피치 못할 사정으로 교회 공동체를 옮길 때는 반드시 이명증서를 가지고 옮겨서, 그런 상황에서도 항상 교회의 보살핌과 지도와 인도 아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결국 교회를 다스리시는 분이 그리스도시라는 것과 성령님께서 우리를 주관하고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인정하는 한 방식이다. 따라서 교회는 그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기관이 아니면 개인들의 기호와 판단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클럽(club)과 같은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이 문제에 있어서 교회다운 의식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진정한 교회 지체 의식의 회복이 필요한데 이는 성령님께서 우리에게 강한 깨우침을 주셔야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다. 주께서 그런 은혜를 내려 주셔서 우리들의 교회들이 성경이 말하는 그 모습을 회복해 갈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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